공모전의 'AI 사용 시 당선 취소' 조항, 어디까지가 AI 사용인가
문학 공모전을 중심으로 확산된 AI 사용 금지 조항의 실제 의미와 집행의 한계를 정리하고, 응모자가 판단해야 할 기준과 남겨 둘 자료를 안내합니다.
공모전 요강을 읽다 보면 요즘 거의 빠지지 않는 문장이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사용 혹은 활용한 것이 확인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신춘문예, 창비 신인문학상, 한국과학문학상,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등 여러 공모전이 이런 취지의 조항을 넣고 있습니다. 국내 문학계는 응모 요강에 'AI 제작 작품은 응모할 수 없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문장이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 요강만으로는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조항의 실제 성격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다수가 이 문구를 추후 발생할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경고용" 성격으로 넣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AI 사용 여부를 정확히 탐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심사 단계에서 원고를 검사 도구에 넣어 걸러낸다는 이야기는 실효성이 낮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된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조항은 무의미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동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 사전 억제: 응모 단계에서 스스로 걸러내게 함
- 사후 대응: 나중에 드러났을 때 취소할 근거를 확보
- 책임 배분: 저작권 분쟁이 생겼을 때 응모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조항
세 번째가 실질적입니다. AI 생성물은 저작권 귀속이 복잡한데, 이 조항이 있으면 주최 측이 위험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습니다.
국내와 해외의 온도 차
같은 시기 일본 출판업계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소설 출품이 폭증하면서 신인문학상 심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반면 국내는 응모 자격 단계에서 원천 차단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접근이 갈린 이유는 문학상의 기능에 대한 인식 차이로 보입니다. 신인 발굴 장치로서의 성격이 강할수록, 작품의 완성도보다 "누가 썼는가"가 중요해지니까요.
응모자가 판단해야 할 것
요강이 모호할 때 실무적으로 유효한 기준은 이렇습니다.
1. 문장 생성은 위험, 그 외는 회색
| 작업 | 위험도 |
|---|---|
| 본문 문장을 AI가 작성 | 매우 높음. 명백히 조항에 해당 |
| 초고를 AI가 쓰고 내가 고쳐 씀 | 높음. 문장의 기원이 AI |
| 플롯·설정을 AI와 상의 | 중간. 요강에 따라 다툼의 여지 |
| 자료 조사·팩트 확인 | 낮음. 검색과 구분이 어려움 |
| 맞춤법 검사 | 낮음 |
경계가 애매한 구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문학 공모전 맥락에서는 "문장을 누가 만들었는가" 가 사실상의 기준선입니다.
2. 모호하면 물어보세요
주최 측에 문의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맞춤법 검사 도구 사용도 해당되나요"처럼 구체적으로 물으면 대개 답을 줍니다. 답을 받아 두면 나중에 근거도 됩니다.
3. 애매하면 쓰지 마세요
당선 후 취소는 응모 탈락보다 훨씬 큰 손해입니다. 경력에 남고, 공개적으로 알려질 수 있습니다. 기대 손실을 계산하면 답은 대체로 하나로 모입니다.
창작 과정을 남겨 두세요
의심을 받는 상황은 예고 없이 옵니다. 특히 당선 이후에 문제 제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자료가 있으면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초고와 개작 이력. 클라우드 문서의 버전 기록이 가장 강력합니다
- 취재·자료 조사 메모. 본문에 안 들어간 재료일수록 설득력이 있습니다
- 손으로 쓴 구상 노트 사진
- 작업 기간 중의 대화 기록 (합평, 지인에게 보낸 초고)
저작권 쪽 사정도 알아 둘 만합니다.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고, 인간의 창작적 개입 없이 AI가 자동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보지 않습니다. 창작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 저작권 등록이나 분쟁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안내도 나와 있습니다.
즉 과정 기록은 공모전 대응이자 동시에 권리 보전입니다.
요강에 없는 경우
AI 관련 조항이 아예 없는 공모전도 아직 많습니다. 이때도 안전한 쪽은 명확합니다. 조항이 없다는 게 허용을 뜻하지는 않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요강에 없었다"는 방어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흐름을 규제로만 읽으면 답답하지만, 다른 각도도 있습니다. 공모전이 원하는 건 완성도 높은 원고가 아니라 계속 쓸 사람입니다.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그 판단의 근거인 이상, 그 부분을 위임하면 심사의 목적 자체가 사라집니다.
직접 쓴 원고가 오히려 기계적으로 읽힐까 걱정된다면, 제출 전에 AI 검사기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통과 여부를 예측하는 용도가 아니라, 문체가 단조로워진 구간을 찾는 용도로 쓰는 게 맞습니다. 창작에서 문장이 균질해지는 건 그 자체로 고칠 지점이니까요.
참고한 자료
- 문학에 스며드는 AI···공모전 당선을 취소합니다? — 경향신문
- "AI로 소설 뚝딱"…日 문학상 응모 폭증에 '비명', 韓은 "AI 출품 불가" — 아주경제
-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모전 요강은 회차마다 달라집니다. 응모 전에 해당 회차의 요강을 직접 확인하세요.